일기

210311(목)-15(월)

KC Lee 2021. 3. 16. 16:21

일기를 쓰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저 신변잡기나 하자는 것이 아니고 그 날의 생각 거리들을 글로 옮기면서 때로 진전시키기도 하고, 흘려보낼 수도 있는 일상을 붙잡아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하기에 시간이 꽤 소요되는 일이다. 물론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그 시간을 요긴하게 쓰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끄적끄적 적어 내려가는 것도 아니라서 작정하고 시간을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처럼 하루 이틀 미루어지다가 며칠 치를 몰아서 쓰게 되기도 한다.

지난 목요일에는 아침에 늦잠을 자서 새벽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 나중에 YouTube 보자 생각했건만 계속 미루다가 일기를 쓰는 오늘 월요일에야 보게 됐다. 마 22:15-22 본문으로 박은일 목사님께서 설교하셨다. 출근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여러 날이 지나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기록을 보니 First Data 우리 담당자와 한 달에 한 번 갖는 대화를 했던 것이 생각나고, 그 이후에는 새로 관계를 맺게 되는 회사와 계약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서 우리 변호사와 상의하여 수정안을 제안하는 등 계약 관련 일을 했던 기록을 본다. 집에 와서는 지난주에 종영한 '미스 트롯 2' 갈라쇼 방송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다시 보니 좋은 공연이 많았다. 아내와도 의아하다고 얘기했는데, 첫 '미스 트롯' 경연 참가자들의 활동은 이상하리만치 볼 수가 없다. 작년의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이 매주 고정적인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우승한 송가인 외에는 다른 가수들, 홍자, 정미애 등 상위권 입상자도 활동을 보기 힘들다. 하다 못해 '사랑의 콜센터'에도 대결을 주선해 줄만도 한데 뭔가 TV 조선 측과 단단히 틀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 시애틀까지 공연을 올 정도로 순회공연을 한 것 이후에는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 입상자들도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과 비교가 돼서 불만이 없지 않을 듯하다. 저녁 시간에는 오랜만에 Wenatchee에서 일하다가 집에 방문한 아들과 대화도 시간을 가졌다.

금요일에는 새벽 예배로 하루를 시작했다. 마 22:23-33 본문으로 부활에 대하여 오해한 사두개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으로 목사님께서 설교하셨다. 역시 회사에서 한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기록을 보니 새로 이사 갈 사무실의 내부 공사 관련 설계 회사와 협의한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달 신입 직원의 교육 기간 중 포틀랜드에 머무르게 할 때 이용한 Airbnb 집주인에 대하여 환불을 요청한 기록이 그때 일을 생각나게 한다. $40 정도 피해 금액을 물 정도의 일을 가지고 $5,000 요청한 것이 너무 괘씸하기도 하고, 오히려 자기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을 생각지 못한 파렴치한 주인에게 전액 환불을 요청했다. 새 직원이 부인까지 같이 와서 머무는 동안 집에 인터넷이 안 돼서 수리를 요청했는데도 묵살하여 할 수 없이 전화기 가지고 hotspot 만들어서 데이터를 많이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우리가 $40 물어준 $20 짜리 샴푸 디스펜서도 오히려 자기들이 부실하게 부착하여 샤워실에서 파손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만약 다치기라도 했다면 회사에도 문제가 됐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전액 환불 요청했다. 뭐라 변명할지 궁금했는데, 월요일 답변 기한까지 아무 회신도 없어서 환불 절차를 Airbnb 측에 요청했다. 앞서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툭하면 $5,000 배상 신청을 한 내용을 사용 후기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가 고쳐질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주말에 집에 방문한 딸 가족도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나중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송가인이 실력자를 잘 골라내서 좋은 듀엣 무대를 보여 줬다. 금토 드라마인 '괴물'은 초반의 답답함이 사라지고 이제는 명품 연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어서 볼 많다. 신하균은 진짜 선악이 공존하는 듯한 이번 배역이 너무 잘 어울리고, 이제는 다른 조연들도 자기 자리를 잡아서 함께 드라마를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중반인데 벌써 연쇄 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끝까지 이어지게 될지 궁금하지만 좋은 드라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토요일에는 마 22:34-46 본문으로 박은일 목사님께서 새벽 예배 설교를 해 주셨다. 율법과 선지자의 두 강령에 대한 말씀이었다. 예배와 기도를 마치고 이후 있을 고 최태원 목사님의 천국 환송 예배에 조객들이 너무 많이 올 것에 대비하여 친교실을 방송 예배실로 준비하고 집에 왔다.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교회 정원의 25% 이내로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기에 친교실에도 TV를 설치하고 Chromecast 통해서 실시간 방송을 YouTube 통해서 볼 수 있게 이번에 준비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고 다시 교회에 10 시까지 갔다. 장의사에서 사람들이 와서 예배 준비를 하고 조객들을 맞았다. 노회와 지역 목사님들이 많이 오셨고, 네 자녀와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까지 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고, 준비해둔 친교실에서도 방송으로 예배를 드리게 했다. 다행히 날씨가 화창해서 하관 예배도 은혜롭게 마치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미나리' 영화를 감상했다. 미국 이민 가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가 미국인들에게도 공감되고 호평을 받는 것이 신기했다. 작년 '기생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였는데 아역을 포함하여 상당히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서 이민자의 삶을 조명한 것이 좋은 평을 받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중에 발표된 오스카 후보에 남우 주연상의 스티브 연과 여우 조연상으로 윤여정 배우가 이름을 올려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 식사는 아들과 딸 부부와 함께 벨뷰에 있는 Fogo de Chao 식당에서 했다. 전에 한 번 간 적이 있지만 가족끼리 온 것은 처음인데, 마침 내가 경품으로 받은 두 사람 분 식권이 있어서 아이들 것만 내고 온 가족이 식사를 함께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 미치지만 실컷 다양한 고기 요리를 먹고 왔다. 7 시 반부터 성경 통독반 Zoom 모임을 가졌다. 민수기 1 장부터 20 장까지 읽었다.

주일 아침에는 7 시 가까이 돼서 일어났지만 Summer Time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6 시경 일어난 것이다. 피곤했지만 주일 예배 기도 순서를 맡아서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성령님께서 준비할 때부터 도와주시기를 간구하고 준비하니 기도 내용이 적절하게 채워졌다.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하여 기도 인도를 했다. 집에 돌아와서 점심으로 어제 장례 예배 이후 받은 도시락을 먹고 어제 보지 못한 주말 드라마 '타임즈'를 두 회 연속 시청했다. 현재와 과거에 협력하던 두 주인공의 인연이 이상하게 꼬여서 변화된 현재의 모습으로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반 정도 분량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후반부를 이끌어 갈 것인지 궁금하다. '빈센조'는 이제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보고 있다. 한 회만 보고 월요일 새벽 예배 설교 준비를 시작했다. 마 23:13-24 본문인데 예수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책망하는 내용이다. 역시 기도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시작하니 처음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른 내용으로 설교문이 채워졌다. 영감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월요일 새벽 예배를 인도하면서 준비한 설교 말씀을 전했다. 외식에 대한 내용을 주로 하여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내용이었다. 출근해서 월요일은 주말에 밀린 이메일들을 우선 처리했다. 그 이후에는 주로 새로 마케팅하기 시작하는 제품에 대한 시스템 준비를 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ATM 관련 새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문제로 상담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주말에 시청하지 못한 '빈센조' 8 회를 봤는데 그저 그랬고, '괴물' 8 회는 연쇄 살인범을 취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마지막에 범인이 자살하는 것을 암시하며 끝났는데 다음 주에는 어떤 내용으로 이어지게 될지 궁금하다. 다시 챙겨서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 시청하는 것은 수목 '시지프스' 금토 '괴물' 주말 '타임즈' 이렇게 고정될 것 같다. 누나와 통화를 하고 일기를 몰아서 썼다. 한 시간 이상 소요된 것 같다.

 

일기를 닷새 치를 몰아 쓰다 보니 평소에도 이 정도로 줄여서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의 모든 일을 세세히 적을 수도 있지만 기억에 남는 일, 기억에 남길 일을 위주로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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