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 이틀 못 나온 뒤에 나오니 더욱 그 시간이 귀하다. 찬송을 부르는 것도, 말씀을 현장에서 교감하며 듣는 것도, 동역자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 시간도, 예배의 자리에 나와서 보내는 시간이 귀하다. 박은일 목사님께서 살후 3:6-18 본문으로 짧은 데살로니가후서를 마무리하는 말씀을 가지고 설교하셨다. 질서의 하나님이라고 7 절 말씀으로 비롯하여 전하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출근해서는 바로 전국의 임원들과 함께 미국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봉쇄 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지역들을 포함, 다시 재택근무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해서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Zoom으로 가졌다. 3, 4 월에 처음 유행될 때보다도 확진자 수가 월등히 많아졌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익숙해져서 (또는 무뎌져서) 덜 혼란스럽다는 것과, 어떻게든 한 명이 오더라도 가게 문을 열고 생존하려 애쓰고 있다는 현장의 소리가 어느 한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란 말을 들으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민을 온다는 것은 한국에서 누리던 사회적 지위나 학력 등을 내려놓고 미국이라는 생소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꽤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역병 가운데서도 가게 문을 열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하긴 역병을 앞에 둔 상황은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우리 회사는 이러한 소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업종이니 비록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 돼도 서비스에는 차질이 없도록 대비를 하기로 했다.
프로세서 가운데 하나인 First Data 담당자와 월례 간담회 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에는 오전에 전해진 Elavon 측의 공문을 통해서 가주 지역의 집단 소송 합의에 대한 내용을 검토했다. LA 지역에서 우리와 경합하던 중국계 회사의 고객들이 중심이 되어 집단 소송이 제기된 일부 수수료에 대해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회사는 일찌감치 부당한 수수료로 간주하고 되도록 우리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 많이 애쓴 부분인데, 그것을 수익의 한 부분으로 삼도록 유혹을 받을 수도 있는 애매한 수수료였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집단 소송이 제기되고 합의에 이르는 것을 보면 올바른 방법으로 얻지 않는 부는 결국 탈이 나게 만든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괜한 오해를 불러오지 않도록 대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기에 우선 몇 사례 상담은 내가 직접 해 보기로 했다. 오후에 그와 관련하여 법원에 제출된 집단 소송 합의문을 검토하면서 법적인 상황을 파악해 보고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은행에 잠시 들르고, 저녁은 내일 정기 검진을 고려해서 빵으로 대신했다. 어제 날짜로 방송된 '사랑의 콜센터' 시청을 했는데, 꽤 오래 지속된 프로그램이고 늘 듣는 가수들이지만 정말 미스터 트롯 경연에 상위로 입상한 한 사람, 한 사람, 너무 노래를 잘하고, 함께 출연한 가수들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그리고 이제는 병역 의무 수행 중인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모두 잘하고, 오늘 출연한 솔지도 EXID 걸그룹 출신이라는데 너무 노래를 잘하고, 처음 본 크러쉬도 좋았고, 이예준이라고 처음 보는 가수도 참 잘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다.
좀 피곤했지만 오늘부터는 다시 일기를 밤에 쓰고 하루를 정리해 보기로 했기에 서재에 내려와 일기를 쓰는데, 그리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김동길 교수님이 유튜브 방송으로 카알라일의 시를 소개하시며 오늘에 대하여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므로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말씀도 새길 일이다. 우리가 사는 순간은 시간의 흐름 가운데 잡으려 해도 잡지 못하고 날아가는 새와 같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지나쳐 가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우리의 기억 속에 길이 남아 우리에게 영원을 소망하게 하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보람 있게 살 것인지 그저 보내고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한다. 한 번 사는 이 땅에서의 인생을 보람 있게,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감상하며, 나에게 주어진 소명을 완수하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