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less in Seattle

시애틀 자동차 구입 체험기

KC Lee 2010. 9. 19. 13:27

 

 

집에 차가 한 대 더 필요하던 중 미국에서 가장 자동차 구입에 적기라고 여겨지는 이번 Labor Day weekend에 자동차 구입에 나섰다. 나름 별로 나쁘지 않은 구입이었다고 생각하여 그 과정을 적어 본다.

 

-  Labor Day weekend sale

 

일반적으로 9월 첫 주말이기도 하며 월요일인 Labor Day 휴일로 long weekend(토-월 3일간의 주말)인 Labor Day weekend는 보통 다음 년도 신차가 출시되기 직전이라 자동차 딜러들이 전년도 재고를 소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대대적인 광고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기간이다. 이번 경우 아직도 2010년이 많이 남았지만 이제 9월-10월이면 이미 2011년식 신차가 나오게 되므로 아무래도 디자인이나 모든 면에서 쳐져 보일듯 한 2010년식 차종은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빨리 처분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재고도 있는 가운데 색상 등을 골라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는 소형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으로 사기로 결정을 한 상황에서 일단 어떤 차를 살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아무래도 자동차 구입은 주택 구입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구입이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 Consumer Reports

 

우선 차에 대한 평가는 Consumer Reports 최신호를 구입($10.99)하여 검토하였다. 다른 평가서들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Consumer Reports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 잡지는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하지 않고 발행하기 때문에 메이커들의 광고 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객관성에 근거한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Consumer Reports는 자동차 뿐이 아니라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도 평가서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전자 제품 등의 구입이나 심지어 투자 상품 선택 등에도 참고할 만하다. (www.consumerreports.org)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들어서 한국의 현대나 기아에서 나오는 차종들이 매우 좋은 평가로 많은 부분의 상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런 면에서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약진하는 것은 단순히 싸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 계속 나온다면 세련된 마케팅을 통하여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갈 수 있겠다.

Small SUV 분야에서는 Subaru Forester, Toyata RAV4 이어서 Kia Sorento, Hyundai Santa Fe, Honda CR-V, Mitsubishi Outlander, Nissan Rogue 순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에 Honda CR-V 차종으로 결정했는데 아주 이성적인 선택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며칠 몰고 다녀 본 결과 별로 후회는 하지 않는다.

 

- 중고차 시장 조사

 

그 다음에는 시장 조사였다.

우선은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중고차를 알아 보았다. 과거에는 Seattle Times 같은 신문이나 사진이 곁들여진 잡지 형식의 무가지 등이 이용되었던 시대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craigslist가 대세인 것 같다. (www.craigslist.org)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이 무료로 광고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판매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차 광고를 볼 수 있는데, 게다가 친절하게도 훌륭한 search 기능이 있어서 원하는 차를 골라 볼 수도 있다. 나도 차를 팔 때 여기저기 광고를 냈지만 광고비 전혀 안 드는 craigslist 통해서 가장 많은 구입 문의가 들어 온 경험을 한 터라 살 때도 이 곳을 방문하였다.

 

한편 중고차 시세를 알아 보는 것은 두 군데 웹사이트를 참고하였다.

하나는 NADA(National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 www.nada.org)라고 전미 자동차 딜러 협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단체의 자료이다. 아직도 나오고 있겠지만 전에는 자동차 딜러에 차를 팔려고 하면 바이어들이 반드시 꺼내 드는 노란색 소책자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NADA에서 발행하는 가격집이다. 나도 전에 중고차를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도서관에 들러 가격을 확인하곤 했다. 이제는 웹사이트(www.nadaguides.com)가 잘 되어 있어서 도서관을 찾는 수고는 필요없게 되었다. 이 사이트를 통해서는 주로 trade-in 가격을 보고 만약 파는 사람이 나에게 개인으로 (private party) 팔지 못하는 경우 딜러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해 본다. 즉, 파는 사람이 그냥 딜러에 가져 가 받을 수 있는 금액(가장 적게 받는 경우)보다는 높게 받기를 원할 것이므로 내가 개인으로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을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위 블루북이라고 이야기하는 Kelley Blue Book이다. 겉 표지가 짙은 파란색 책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겠지만 역시 이제는 웹사이트(www.kbb.com)에서 쉽게 조회가 가능하다. 이 사이트는 trade-in 가격 뿐 아니라 private party 매매 가격, 딜러에서 파는 가격 등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하기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전에 경험으로는 딜러들이 팔 때 유리하게 참고하도록 좀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쨌든 이 정도의 참고 자료를 가지고 Honda CR-V로 범위를 좁힌 상태에서 owner가 직접 판매하는 차로 제한을 하니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대상이 3대 정도 밖에 나와 있지 않다. 이메일을 통하여 가격 협상 여부를 문의하니 두 명은 거절하고 한 명만 관심을 보였다. (그나마 그 한 명은 계속 이메일을 주고 받다 보니 내가 원하지 않는 2WD 차종이다.) 이 정도면 빠른 시일 안에 차를 구입하는 것은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만큼 이 차종이 되팔 때 가치, resale value가 높겠다는 것을 제한적이나마 시장을 통해 확인하였다.

 

- 신형으로 구입 방침 전환

 

할 수 없이 토요일 오후 딜러를 찾아 나섰다. 아무래도 집 근처에 있는 벨뷰의 Honda 딜러를 방문했다. (그에 앞서 커크랜드 Honda 딜러를 갔는데 중고 CR-V를 찾기 어려웠다.) 전에도 경험한 바 Microsoft 등이 위치하여 약간 부촌이라 할 Eastside (Lake Washington 동쪽 지역) 위치한 자동차 딜러들은 좀 배짱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안하였다. 이번에도 한 곳에서 협상하다가 잘 안되면 Labor Day인 월요일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Bellevue Honda 딜러에 가 보니 상당히 재고 물량이 많았다. 중고도 꽤 많아서 보고 있는데 세일즈맨이 와서 지금 Honda Clearance 행사 (올해는 유난히 Honda가 Mr. Opportunity라는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 clearance-재고 정리 홍보를 많이 했다) 관련 새차 가격이 중고에 육박한다고 유혹한다. 특히 할부(finance) 프로그램이 1.9%-2.9% 정도이니 고려해 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정도면 현재 3.5% 정도의 prime rate 고려할 때 정말 좋은 이자율이다.

 

차를 구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확실한 예산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보다 보면 이런 저런 사양(option)에 눈이 가기도 하고 감언이설에 넘어 가면 감당하기 힘든 차를 사게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내가 얼마까지 지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근거해 예산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그래도 그 도를 넘길 때가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가는 몇 년 동안 고생하게 마련이다.

중고를 보려고 나갔는데 새 차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예산(budget)'을 머리 속에 되뇌이면서 세일즈맨을 따라 갔다. 과연 원래 판매 가격으로 나온 값보다 몇 천 달러나 낮춘 스페셜 가격의 차 값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할부 조건 등을 확인하고자 신청서를 썼다. 아무래도 신용 조사를 할 것이므로 나의 신용 점수가 몇 점 정도 내려갈 것이지만 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조건을 가지고 협상을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500 정도의 조건 차이를 두고 협상이 깨져 집으로 돌아 왔다.

 

이제 와서 보면 매우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우선 나는 중고차를 위주로 시장 조사를 했는데 새 차로 선회했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나 조건에 무지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아니라 선금(downpayment)과 월부금(monthly payment)에 집착한 협상을 진행했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매우 잘못된 방법의 구매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딜러는 때로는 가격과 financing이라는 두 가지의 변수를 가지고, 심지어는 trade-in(중고차 구매)이라는 변수를 추가하여 협상하기 때문에 자칫 구매자가 손해를 보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자율이 정해져 있어서 좀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변수를 너무 다양하게 널려 놓고 협상을 할 때는 매우 주의하여야 한다.

 

- Costco 구매 서비스

 

집에 돌아 와 새차에 대한 방법을 찾는 가운데 Costco 차 구매 서비스를 찾아 보았다. (www.costcoauto.com) 전에 아는 사람이 이 서비스를 통해 차를 구매하였는데, 한창 Honda Civic 잘 나가던 시절 여간해서는 한 푼도 안 깍아 주던 때에 그나마 이 서비스 덕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아내가 기억해 내었다. 별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구매의 일등 공신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우리 집 우편번호를 넣으니 결국 Bellevue 딜러로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 우편 번호를 넣고 다른 딜러에도 문의를 신청했다.

 

드디어 결전의(?)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전날 인근 딜러를 다 뒤져서 각 딜러별 재고 수량을 파악해 두었다. Bellevue, Kirkland 두 곳이 가장 많았는데 Bellevue 세일즈맨이 자기들이 워싱턴 주에서 제일 많이 파는 딜러라고 자랑하던 것이 생각났다. (나중에 들으니 두 곳이 같은 주인 것이라는...) 그 두 곳을 피하고 보니 Seattle의 Honda 딜러가 가깝기도 하고 재고도 내가 원하는 사양으로 꽤 있어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사실은 그곳에 좋은 가격의 중고차 광고가 인터넷에 뜬 것도 먼저 방문하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휴일이라 좀 늦게 10시에 여는 것을 모르고 9시부터 가서 구경을 했는데 판매 가격이라고 붙여 놓은 것이 어제 Bellevue 특별가보다 너무 높아 '이거 어디 흥정이 되겠나?' 걱정이 되었다. 10시가 좀 못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문을 열면서 말을 건넨다. 아무래도 문을 여는 사람이라면 꽤 책임있는 위치의 세일즈맨일 것이라 언뜻 생각하면서 내가 찾는 차종을 이야기해 주었다. 먼저 중고차 얘기를 꺼내자 토요일에 Bellevue에서 들은 이야기와 같이 가격에 큰 차이가 없고 이자율이 좋으니 새차를 고려해 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미 고려 중인 사항이라 바로 흥미를 보이면서 sticker 가격이 너무 높은데 혹시 Costco 회원 가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자기가 마침 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니 좋은 가격을 줄 수 있다고 차를 골라 보라고 한다.

 

CR-V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고 보는데, 가장 저가 차종인 LX, 그 다음의 EX와 full option 차종인 EX-L로 대별된다. EX는 LX 사양에 sunroof, alloy wheel 등이 추가되어 있는데 짐 싣는 공간을 가릴 수 있도록 커버가 있는 점도 좋아 보였다. 6-disk CD changer, 6 speakers 등 음향 시스템도 upgrade 되어 있고 좌석 시트도 약간 고급스러워 $2,000 정도 가격 차이를 느낄 수 있다. EX-L 사양에는 가죽 시트와 자동 장치가 더 추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2,500 더 주고 살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EX 사양으로 결정하고 색상을 골라 협상에 들어 갔다.

 

자리에 앉아 Costco 프로그램 설명을 들으니 딜러의 invoice 가격에 차종별로 추가 금액 마진을 얹어 파는 방식이었고, CR-V 차종은 $750 정도의 이익금을 계산해 주도록 되어 있어서 약 $24,900 정도를 제시받았다.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 권장 소비자 가격)보다 약 $1,000 정도 저렴한 가격이 제시된 것이다. 딜러에서는 MSRP 이외에 자신들이 팔고 싶어 하는 금액으로 sticker price 붙여 놓고 흥정을 시작하여 깎고 깎아서 MSRP 조금 밑으로 인심 쓰는 양 파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절차를 생략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가격 흥정 과정을 쉽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미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주말에 다른 딜러에서 제시받은 가격에 맞추어 주기를 요청하면서 약간 더 깎고 구매를 결정했다.

 

- Honda of Seattle 딜러

 

한 가지 이 과정에서 듣게 된 것이 더욱 주말에 성급하게 구매하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이미 소개한 대로 Costco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모든 딜러들이 구입가를 공개하고 같은 마진을 주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딜러들은 각종 추가 사양을 붙이고 그것의 구입가(invoice price)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딜러들이 추가로 붙인 사양들의 가격이란 것이 공장도 가격과 달리 애매해 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내기 쉽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시애틀 Honda 딜러는 그런 추가 사양을 붙이지 않아 더욱 투명하다는 자랑이었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또한 내가 구입한 영업 담당자가 마침 Costco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급의 영업 사원이라서 흥정이 수월했던 부분도 있는데, 일찍 가서 사람들 별로 많지 않은 시간에 갔던 것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다른 딜러에서도 경험한 바이지만 어떤 가격 조건을 제시하면 꼭 누군가에게 가서 허락을 맡고서야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 자동차 가격 흥정인데, 이 사람은 내가 깎아 주기를 요청하는 가격에 대하여 자기가 가능한 가격을 말하면서 흥정을 편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 맺는 말

 

아뭏든 여러 모로 나쁘지 않은 구매였다. 아주 충분한 시장 조사는 아니었지만 나름 여러 조건을 고려하여 차종을 선택했고, 신형이 들어 오기 직전 기존 모델의 재고 정리하는 시기라서 가격이나 융자 조건들이 괜찮았다. Costco 프로그램을 처음 이용하였는데 다음에도 그런 조건이라면 다시 시도해 볼 만한 하다고 생각한다. (때로 그보다 좋은 조건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할 때가 있다.) 딜러와 세일즈맨도 잘 만난 것 같아 사고 난 다음의 느낌이 개운했다.

 

PS. 구매 서류 작업 하면서 추가 워런티 구입에 대한 설명 과정에 기본 alarm 장치 이외에 추가 alarm 장치를 $600 조금 넘게 주고 샀는데, 이 부분은 계획하지 않았던 부분인지라 조금 찜찜하다. 하지만 워낙 자동차 도난이 쉽게 가능하고, 또 인기 차종이라서 큰 맘 먹고 구매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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