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10206(토)

KC Lee 2021. 2. 8. 01:53

새벽 예배 본문 마 10:34-42에서 예수님께서 12 사도를 파송하며 하신 말씀을 통해 박은일 목사님께서 예수님의 제자도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하시며 설교하셨다. 예배 후 교인들과 잠시 담소하고 집에 왔다. 며칠 전부터 등에 종기가 나서 오랜만에 이명래 고약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화농을 뽑아내기 위한 처치 중이다. 어렸을 때는 여러 번 종기로 고생한 기억이 남아 있는데 나이 들어서는 한 동안 괜찮다가 이번에 좀 큰 종기가 등에 생겼다. 종기가 터진 후에는 고름을 걷어내고 고름의 뿌리까지 없애도록 환약을 넣고 고약을 붙이는데, 그때가 가장 아프다. 이틀 전인가는 너무 아파서 몇 시간 만에 떼어낸 적도 있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어서 견디고 저녁때 다시 한번 교체했다. 저녁 때는 생살이 드러나서 그런지 고름을 씻을 때 상당히 아팠는데 참고 박트로반으로 처치를 한 번 더 했다. 아내가 정조의 사망 원인이 종기라고 하며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내게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항생제가 없던 시절에는 왕이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과거 왕보다도 호사를 누리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저녁에 있을 성경통독반 준비로 거의 한나절을 보냈다. 2017 년에도 성경통독반 인도를 하면서 만들어 놓은 자료가 있어서 든든하기는 한데,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전에는 미리 개관 자료를 나눠주고 한 주 동안 각자 읽은 후 모여서 소감을 나누고 다음 주 개관을 잠시 소개하는 식으로 45 분 정도 소요됐는데, 이번에는 모일 수 없어서 Zoom 회의로 만나서 함께 통독하는 방식을 시도해 본다. 다른 곳에서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해보자고 해서 오늘부터 매주 토요일 8 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 교회 도서실에서 가져온 성경 통독 관련 서적을 훑어보았다.

우선 케네스 보아라는 분이 쓰신 <성경 66 권에서 만나는 예수 그리스도> 책을 서문부터 읽어 보았다. '성경은 피조물을 다루시는 창조주에 관한 감동적인 기록이다. 바로 하나님의 이야기다'라고 하며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서 성경을 설명하고 나서 '더욱이 그 비범한 줄거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설명이 마음에 든다. 이른 통하여 구약과 신약을 통해 관통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기회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예를 들어 오늘 읽을 창 3:15 원시 복음의 말씀이나 롬 5:14 말씀에서 언급하는 바 아담은 '오실 자의 표상'이라는 말씀, 그리고 이후 셋의 계보를 통해 오시는 예수님에 대한 것 등 이번 통독에서는 예수님을 늘 염두에 두고 통독을 해보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 외에 김동순 글, 배광선 그림으로 된 <성경 2.0>이란 책도 서문을 읽어 보았다. 교회에 비치돼 있는 책은 전체 10 권 기획 중 첫 권인 창세기와 욥기 부분이었는데, 이길우라는 분의 기획 의도와 저자들의 글을 읽노라니 참 좋은 뜻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주일학교 4-5 학년 정도였을 때 우연히 보게 된 그림책 성경에 빠져서 다 읽어본 후 각종 성경 퀴즈 대회를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고학년 형, 누나들도 꼼짝 못 하게 만든(?) 성경 지식을 많이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만화라는 매체가 갖는 접근성이 이러한 책의 장점인데, 내용이 축약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 대하여 작가들이 고심한 흔적을 서문에서 읽어보니 정말 좋은 뜻으로 발행된 책이란 생각이 들고, 또 창세기 부분을 보니 tip 같은 부분을 통해서 파생되는 신학적 주제도 다뤄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기간 기획하고 많은 노력을 들여서 완성한 책일 텐데 완간은 됐을지, 많이 팔렸을지, 걱정이 된다.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책 앞에 지도에 성경에 나오는 지명들을 촘촘히 적은 부분과 간간이 그림으로 보여 주는 인물 관계도 같은 것들은 특히 족보가 많이 나오는 성경 부분을 읽을 때 이해를 도와줄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이 책은 다른 방식으로 성경을 통독하게 도와주는 책이라서 원문으로 통독하는 우리 모임에서 병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앞서 언급한 도표나 tip 부분,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는 곁에 두고 참고하려 한다.

다음으로는 휘트니 커니홈이란 미국 성서 유니온 대표가 쓴 <E100 성경 읽기 가이드>란 책을 보았다. 이 역시 성경을 전체적으로 쉽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100 가지 이야기를 뽑아서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이다. 성경 이야기를 단시간에 쭉 살펴보도록 해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너무 겉핥기 식으로 끝날 것 같고, 우리 통독반 사정에는 별로 맞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장 시간을 많이 들여서 몇 시간 정독한 책은 김현회 목사님이 지은 <한 권으로 공부하는 신구약 이야기> 책이다. 지난 2017 년 성경 통독반을 마치고 한국에 방문했을 때 같이 통독한 교인들에게 선물할 책을 구하러 기독교서회 서점에 갔었다. 거기서 여러 권 비치돼 있는 책들을 살펴봤는데, 너무 피상적이거나 자의적인 통독 관련 서적들 가운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그 자리에서 많이 읽어볼 수는 없었지만 부분적으로 깊이도 있고 전체를 다루는 신학도 매우 마음에 들어서 10 권 정도를 사 와서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그 이후 새벽 예배 설교 준비를 할 때 꼭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찾아보게 될 정도로 아끼는 책이 되었다. 이번 성경 통독을 하면서 처음부터 정독하려고 추천의 글과 저자 서문을 읽어 보니 책을 내게 된 사연 역시 감동적이다. 2016 년에 나온 책 출간 당시 희귀 난치병을 앓고 계셨는데 2018 년에 새로 <성도다운 교회다운> 책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생존해 계신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 이후의 소식은 Google 통해서는 알 길이 없다. 훌륭하신 목사요 신학자이신 것 같은 저자의 회복을 기원한다.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첫 장인 서론 부분부터 성경 전체를 조망하는 내용이 좋아서 정독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확실한 구조 이해에 근거했기에 어떤 부분을 읽더라도 명쾌히 정리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창조 부분에 대한 해설도 너무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고, 이후의 타락, 홍수, 열국으로 이어지는 전역사 부분도 막힘이 없다. 족장 시대로 들어서서도 이야기에 함몰되지 않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조망하는 내용을 읽어 나가며, 이번에 성경 통독반 인도하는 내내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이 책의 정독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드디어 8 시, 6 명이 Zoom 회의방에 모였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창세기 1 장부터 26 장까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었다. 개역 개정판을 가지고 계신 분이 두 분이 있어서 약간 거슬렸지만 내용을 따라가는 데는 큰 문제는 없었다. 이 정도로 번역을 다시 할 것이면 굳이 왜 모든 성경을 교체하도록 강요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다음 주부터는 개역 성경으로 통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나도 일정 부분 맡아서 읽었는데, 여러 장 읽고 나니 힘이 든다. 80 세 넘으신 권사님 두 분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성경을 읽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처음 통독에 도전하시는 분도 있고, 오랜만에 통독하시는 분도 있다. 아무쪼록 한 해 동안 꾸준히 모임이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두 시간 다 채우고 10 시 정도에 마쳤다. 통독 후 진이 빠져서 잘 준비를 하고 11 시경 취침했다.

 

성경 통독은 젊었을 때 간헐적으로 읽으면서 겨우 한 번 몇 년에 걸쳐서 처음 하고, 지난 2017 년에 1 년 안에 통독한 것이 두 번째였고, 이번이 세 번째인 것 같다. 성경 통독반 모임이 잘 운영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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