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ttle Symphony Chorale

Seattle Symphony Chorale - 오디션(audition)

KC Lee 2015. 2. 14. 17:04

시험은 언제나 마음 떨리게 하는 것인데, 학교를 졸업하고 끝날 것 같던 시험은 인생을 살면서 여러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Seattle Symphony Chorale 단원이 되려면 거쳐야 할 오디션(audition)은 할 때마다 조마조마 한 것이 여느 시험 못지 않다.


2006 년에 처음 오디션을 할 때가 기억난다. 그 때에는 그래도 잃을 것이 없기에 긴장은 되었지만 조마조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넓은 방에 지휘자와 몇 몇 사람 (지금 돌아 보니 각 section 리더들) 앉아 있고, 들어 가기 전에 작성한 자기 소개서를 토대로 간단한 질문이 오고 간 후 준비한 곡을 불렀다. 성악을 전공한 교회 지휘자에게 몇 번 레슨을 받으면서 연습한 헨델의 Ombra mai fu (옴브라 마이 푸)라는 곡을 어떻게 했는 지도 모르게 불렀던 것 같다.

자기 소개서를 쓰면서도 생각한 것이 교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성가대에서 합창을 해 온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다른 합창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음악 교육을 받아 본 적도 없는지라 쓸 내용이 빈약했다.

미국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합창을 시키기도 하고 (물론 우리도 음악 시간이나 교내 합창 대회를 통해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군다나 중고등 학교에서는 아예 선택 과목으로 합창을 하기도 하고 또 0 교시 특별 활동으로 Jazz Choir 같은 것이 있기도 하므로 자연스럽게 대학교 가서도 아카펠라 그룹에 속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우리도 학창 시절에 특별 활동이 활발한 고등학교에는 중창단 같은 것이 없던 것은 아니나 (지금도 숭실, 충암이나 이화 같은 곳의 중창단이나 합창단이 기억난다) 아쉽게도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그런 활동이 별로 없었고, 또 대부분의 학교들이 교과 과정 가르치기에 바빴던 것 같다. (대학교 때 그런 활동을 못한 것은 후회가 된다.) 어쨌든 나는 교회 성각대 외의 다른 활동을 적지 못했는데도 합격이 되었다.


2007 년에는 새 합창 지휘자(Joe Crnko)가 오고 나서 재 오디션을 보았다. 지휘자가 단원들의 소리를 들어 보고 싶어 했는데, 새 지휘자는 시창(sight reading) 과제를 추가하였다.

시창과 관련하여 한 가지, 악보를 받고서 계명(solfege)으로 불렀는데 지휘자가 신기하다는 듯 언제 계명창을 배웠느냐고 물었다. 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다고 대답하였는데 그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미국은 정규 음악 과정에 계명을 배우지 않는 것 같다. 대신 CDEFGAB 같은 음이름을 중심으로 장3도, 단3도 이런 식으로 파악하는 것에 익숙한 것 같다.

어쨌든 새로 부임하면서는 별로 인원에 변화를 주지 않기로 하였는지 합격이 되었다.


2009 년에 2 년만의 re-auditon은 양상이 좀 달라졌다.

새 지휘자가 그간 자기 방식의 지도도 어느 정도 정착했고, 또 원하는 소리도 있었던 듯 이번에는 개인 오디션 뿐이 아닌 8 명 정도로 구성한 그룹 오디션이 포함되었고, 시창 과제도 계속 포함되었다. 그룹 오디션에 대해서는 물론 전공을 하고 제대로 voice training 받은 경우 지휘자가 요구하는 음색에 맞추어 가는 것이 용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독창을 잘 한다고 또는 개인의 소리가 좋다고 합창에 어울려 질 때 다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아무래도 합창은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2 년 정도 지도한 이후 지휘자는 그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던지 그룹 오디션을 포함시킨 것 같고, 실제로 새 시즌이 시작되고 보니 많은 인원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우리 지휘자는 정확한 음감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그런 부분도 이러한 그룹 오디션을 통해 걸렀던 것 같다.

이번에도 독창 과제는 주어졌는데, 이번에는 전 시즌에 공연했던 Faure Requiem 가운데 Libera Me 도입부의 바리톤 독창이 너무 좋아서 한 번 해 보겠다고 역시 교회 지휘자에게 지도를 몇 번 받았다. (듣기는 좋은 곡인데, 괜히 내가 망쳐 놓은 느낌) 그 외에도 개인별로 매년 고정적으로 공연하는 헨델의 메시아 중 'For unto us a Child is born' 가운데 나오는 각 파트별 melisma 부분 역시 노래하기를 요구 받았다.

다행히도 이번에도 합격되었다.

 

2011 년의 re-audition에는 아예 개인별 독창 과제가 사라졌다.

2010-2011 시즌 중에 오디션을 예고하면서 지휘자는 독창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마 이미 어느 정도 단원들의 소리는 파악이 되었기에 보다 합창단에 잘 어울리는 blending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늘 연습 시간에 많은 부분이 할애되는 정확한 음감에 대한 부분을 소규모 그룹의 중창을 통해서 확인하고자 하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간 25년 여 Seattle Symphony Orchestra 이끌던 Maestro Jerry Schwalz 은퇴 후 새로 Ludovic Morlot 부임한 첫 시즌이기에 합창단에도 뭔가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터라서 상당히 긴장이 되었다.

그 대신 우선 지난 번 도입한 그룹 오디션이 강화되었다. 이미 몇 달 전에 제공된 슈베르트 Mass in C major 가운데 Credo 중 일부 뿐 아니라 이번에는 시창 과제도 그룹으로 하게 되었다.

각 파트별로 2-3 명 정도씩 10 여명이 함께 하는 것이었는데, 오디션 전 15 분 정도에 모여서 각자 연습한 곡을 두어번 맞추어 보았다. 각자 음색이 달라서인지 그리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느낌을 가지고 지휘자와 각 파트장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가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 전체가 한 번 부르고 그 다음에는 각 파트별로 한 명씩 네 명이 조를 이루어 부르도록 하였다. 아마 각자의 음색과 음정 등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한 소그룹 오디션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시창 과제는 악보를 받고 잠시 훑어 보게 한 후 역시 그룹으로 시창하도록 지시를 받았는데, 정확한 곡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낯설지 않은 곡의 20 여 소절 정도였다. 화음으로 불러야 했기에 계명창 하기는 좀 그랬고, '우'로 통일하여 불렀다.

독창에 자신이 없는 나에게 독창 과제가 없는 오디션은 부담이 적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2013 년에는 시즌 오프닝 concert 가운데 합창곡이 포함되었고, 바쁜 연말 시즌 직전 11 월에 Verdi Requiem 공연 일정이 잡히는 등, 시즌 초부터 일정이 빡빡해서인지 인원에 변동을 주지 않으려는 듯 매 2 년마다 실시하는 re-audition 생략되었다.

대신 약식 오디션이 있었다. 매년 공연이 있는 헨델의 메시야를 비롯해서 바로크 작품들은 보통 작은 규모의 합창을 요구하는데, 그러한 공연에 참여할 인원을 선발할 때에는 지휘자가 기억하기에 적합한 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멤버로 선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통 비슷한 사람들이 선정되곤 하는데, 그 해에 발표된 인원들 외에 자기의 소리를 들려 주고 고려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오디션이었다.

나는 이미 선발이 된 상태라서 오디션 없이 그 해에는 통과. 휴~


대신 2014 년에 전 해에 건너 뛴 re-audition 실시한다고 발표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룹 오디션 위주로 한다고 Haydn의 "Lord Nelson" Mass 가운데 일부를 파트별 3-4 명, 총 12-16 명 정도씩 함께 부르는 과제와 Mozart Requiem 가운데 Kyrie 중 melisma 부분 (Christe eleison 부분) 몇 소절을 개인적으로 부르는 과제가 주어졌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전에는 시즌 시작 전, 즉 마지막 공연이 있는 6 월 후 쉬는 여름철을 지나서 8 월과 9 월에 하던 오디션을 이번에는 시즌 중에 하겠다고 한 점이었다. 따라서 공연 준비와 함께 준비해야 했고, 또 준비 기간도 그리 오래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순번을 정하여 하게 되었다.

늘 연습이 있는 월요일, 30 분 정도 일찍 끝내고 16 명 정도가 남아서 우선 그룹 오디션 과제곡을 같이 한 번 부른 후 각 파트에서 한 명씩 네 명이 조를 이루어 부르는 것이었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확성이나 음색과 조화를 보는 것 같았다. 개인 과제는 같은 파트의 네 명이 먼저 함께 한 번 부르고 한 사람씩 불러 보는 것이었는데 여러 사람 앞에서 부르려니 쑥스럽고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싶어서일까, 시즌 중에 하는 오디션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전과 같이 많이 준비를 하지 못하고 오디션에 임했던 것 같다. 그룹으로 하는 것이야 화음을 잘 맞추어 하면 되고 각 파트가 주도하는 부분을 잘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역시 각자 해야 하는 부분은 낯설지 않은 부분이었음에도 많이 떨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연습 부족은 티가 나는 모양이다. 합격은 했지만 나중에 파트장으로부터 소리를 좀 크게 내고 자신있게 하라는 comment가 있었다. (오디션 당일에도 지휘자가 좀 크게 하라고 해서 두 번 불렀다. 처음부터 더 크게 부를껄...)


처음 입단을 위한 오디션과 이후 네 번에 걸친 재 오디션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떨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viola 하는 딸 아이가 오디션 할 때마다 떨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이 아빠의 모순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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