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10304(목)

KC Lee 2021. 3. 5. 17:38

오늘 새벽 예배 본문은 마 20:1-16 말씀으로 포도원 품군에 대한 비유의 말씀이다. 천국에는 일찍부터 일하기 시작한 자들이나 나중에 합류한 자들이나 같은 삯을 받는다는 말씀을 가지고 박은일 목사님께서 설교하셨는데, 마지막 16 절은 어제 본문 마지막 구절인 마 19:30 말씀과 유사하게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하시며 말씀을 맺는다. 그런데 어제 본문에서는 제자들이 받을 상이 클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후 그리 말씀하셨지만 오늘 본문은 받을 삯이 같을 것을 말씀하신 후 같은 말씀을 하셨기에 혼동이 될 수 있다. 천국에서는 상이 다른가, 같은가. 가봐야 정답을 알 수 있겠지만, 오늘 본문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왜 우리는 천국에서의 상에만 집착하는가. 어찌 보면 일찍 포도원에서 일한 품군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부름을 받지 못한 자들이 과연 일을 별로 하지 않았기에 먼저 온 일군들이 원망하는 것이 합당한가. 그리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종일 일을 못한 자들은 얼마나 비참한 심정으로 장터에서 허송세월하고 있었겠는가. 그들도 일을 하려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것인데, 먼저 부름을 받은 자들이 얼마나 부러웠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일찍 부름을 받고 종일 일한 품군들은 자기 하루의 품삯에 대한 기대로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지 않았겠는가. 나는 그것이 그들의 큰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구원받고 평생을 주의 일을 하고 천국에 가는 자들과 말년에서야 구원받고 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천국에 가는 자들은 동일하게 하늘나라에 간다는 품삯을 받지만, 일찍 부름 받은 자들이 결코 나중에 부름 받은 이들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찍 부름 받은 자들은 그만큼 더 보람 있는 인생을 산 것이기에 이 땅에서 충분히 복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천국에서의 상급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거기서는 하나님의 임재를 누리며 모두 행복하게 영원히 사는 것뿐이지 이 세상에서의 기준으로 상이 크고 작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회사에서 오늘은 거의 종일 새로 협업하게 될 회사와 맺을 계약을 다듬고 변호사와 협의하고 검토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썼다. 오래 고심한 내용이라서 어느 정도 방향이 설정된 상태에서 마무리하는 일은 수월했다. 초안에 대한 상대 회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곧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미스 트롯 2' 마지막 방송을 시청했다. 초반에 예상한 탑 7 참가자와 비슷하게 결승 진출자가 선정된 것이 재미있다. 당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양지은이 결선에 오를 것이라 예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되어 실망했었는데, 정말 극적으로 회생하여 최종 우승까지 하게 된 것이 놀랍다. 탄탄한 소리와 곡 해석이 안정감을 주는 참가자다. 사실 결국 홍지윤이 우승하게 되지 않을까 '어우홍' 생각이 늘 있었는데 준우승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트롯 팬들은 외모나 퍼포먼스보다는 호소력 있는 소리와 감동에 더 반응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초대 우승한 송가인을 포함한 상위 입상자들, '미스터 트롯' 상위 입상자들의 면모를 보더라도 감동을 주는 목소리와 가창력이 더 관심을 끄는 것 같다. 트롯 하면 보통 흥겨운 가락에 어울려 춤을 추거나 퍼포먼스 보는 것이 저변을 형성하지만 정작 그 가운데 뛰어난 가수는 결국 노래로 감동을 주는 이미자 같은 가수인 것 같다. 이번 시즌 가운데 처음 알게 된 별사랑 같은 가수도 오랜 현역 시절 여러 무대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매력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이번에야 진가를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탑 7, 나아가 탑 14 참가자들 모두 귀한 가요계의 자산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되고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어제 본 '마우스' 2 편을 시청했다. 이희준, 이승기 등 남자 주연 배우들과 여자 주연들 모두 등장해서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사이코패스 유전자로 운명이 결정된다는 식의 전제부터 썩 내키지 않는 주제고, 소재 역시 연쇄 살인범이라는 흔치 않은 일을 너무 가볍게 다루면서 보편화시킨 드라마를 만든 것도 별로다. 초반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산만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도 그리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고 보니 '시지프스' 시청을 깜빡 잊고 못했는데,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서 내일로 미뤄야 하겠다.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말 위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 접종이 보편화될수록 작년의 무력한 공포감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일상을 회복할 준비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