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10213(토)

KC Lee 2021. 2. 15. 02:19

간밤에 예보되었던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길에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서 교회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새벽 예배를 드렸다. 오늘은 어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설교를 하셨기에 주일 본문인 마 13:31-43 말씀으로 박은일 목사님께서 천국에 대한 비유 설교를 하셨다. 집에서 교회까지 가시는 길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예배 인도를 위해 일찍부터 준비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사하다. 작은 이민 교회이지만 성심을 다해 매일 새벽 예배를 인도하시고 주일 예배 등 설교 준비에 열심이신 담임 목사님을 모시게 된 것이 복인 것 같다. 늘 건전한 신학의 바탕 위에서 보수적인 설교를 하시기에 교인들도 말씀으로 잘 양육받게 된다. 떠들썩하고 활발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차분하게 신앙을 다지는 교회의 분위기가 전임 원로 목사님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과연 많은 수의 교인이 모이는 것만이 교회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은 수라도 견실한 믿음을 견지하는 교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내면적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생각하는 것이 등대와 같은 교회의 역할이다.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진리를 꿋꿋이 선포하며 등대와 같이 말씀의 빛을 비추는 등대 같은 교회 말이다. 이미 설립 40 년이 지난 장년 교회 치고는 적은 수의 교인이 모이고 있기에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중 26 년 동안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며 말씀으로 양육받은 시간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시애틀 평강 장로교회를 이끌어 가실 지 기대한다.

기도를 마치고 지난주의 수면 시간을 보충할 겸 좀 더 자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 11 시 정도에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어제가 구정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별 감흥이 없게 지내기에 조용히 보내는데, 지연이가 아쉬웠던지 떡국 대신 떡볶이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식후 지나와 영상 통화를 하며 시애틀의 눈 상황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예보대로 약 6 인치 이상 눈이 내려 쌓여 있다. 잘 보지 않지만 '철인 왕후' 옆에서 시청하는 데 앉아서 페이스북을 훑어보았다. 한국은 설 연휴로 쉬는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이 모이지는 못하는 상황에 있어 조용한 명절이 된 것 같았다.

오후에는 눈길이지만 산책을 하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내일 영어 예배 준비 때문에 Jowers 목사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타코마에서 운전하고 교회로 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목사님과 상의 후 온라인 예배로 드리기로 결정했다. 작년에 늘 하던 방식으로 Jowers 목사님 댁에서 YouTube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순탄치는 않았다. 결국 다른 분들의 도움을 얻어 준비하게 됐다.

집을 나서서 눈 위에 이미 사람들이 걸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었지만 가끔은 새로 길을 내듯 발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두 세 배 이상 힘이 드는 것 같다. 집에 돌아와 집 앞의 눈을 치웠다. 나중에 혹시라도 차로 나가야 할 수도 있기에 차고 앞에서부터 동네 길까지 약간 경사진 부분의 눈을 쓸어냈다. 계속 눈이 오기에 치운 부분에 조금씩 다시 쌓이지만 그런 것은 약간만 손대면 금방 치울 수 있는 것이라 개의치 않고 길을 냈다. 상당히 많은 눈이 쌓여 있기에 한 시간은 훌쩍 넘게 눈을 치운 것 같다.

4 시 정도 돼서 어제부터 시청하기 시작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5, 6 회를 몰아서 봤다. 새로운 부정에 맞서기 시작하면서 처음보다 어려운 상대가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지만 불의한 세력 가운데도 균열이 있기에 그 부분을 어떻게 파고들어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저녁 식사는 간단하게 수프와 빵으로 해결하고, 성경 통독반 준비를 시작했다.

성경 통독반은 Zoom 통해서 현재 6 명이 모여서 돌아가며 읽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내가 많이 준비할 것은 없다. 하지만 지난주에 시작하면서 여러 책을 참고하는 가운데 이번에 정독하기로 한 김현회 목사님의 <한 권으로 공부하는 신구약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맥락을 파악했다. 오늘 창 27 장에서 마지막 50 장까지 야곱과 요셉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에 대하여 인물별 정리한 내용을 읽었다. 야곱의 자기중심적 자아가 어떻게 얍복강 나루에서 전기를 맞아 고침을 받았는가 하는 것과, 요셉 역시 아버지의 편애로 자기중심적이던 사람이 어떻게 고난을 거치며 성숙해 가는가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미리 읽고 통독 시간에 임했다. 지난주보다는 이제 기술적 문제는 거의 없이 돌아가며 읽었다. 처음 생각에는 빨리 끝낼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두 시간을 꽉 채우고서야 정한 분량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다시 함께 읽으면서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성경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중간에 에서의 족보처럼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잘 넘길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하겠다. 10 시에 마치고 나서 지난주 밀린 일기를 여러 날 치 몰아서 쓰고 자정 정도에 취침했다.

 

눈으로 외부 활동은 제한된 주말을 보냈다. 우리 부부만 남아 있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 나중에 은퇴한 이후의 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신앙에 관련된 활동,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아내와의 시간, TV 시청 등 오락, 집 일, 이런 것들로 매일 지내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은 가운데 각각의 활동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이를 위하여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노후의 일상을 대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