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230-31(수-목)

KC Lee 2021. 1. 2. 03:51

한 해의 마지막 이틀 일기를 몰아서 새해 아침에 쓴다. 아무래도 마무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서 이틀의 일과나 한 일들에 큰 차이가 없다.

이틀 모두 시작은 교회에 가서 새벽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침 벧후 3 장의 앞부분과 뒤 부분으로 본문이 연결된 설교를 박은일 목사님께서 하셨다. 주님의 재림을 주제로 한 말씀이라서 마침 송구영신 예배 대표 기도 순서를 준비하는 중 그 생각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특히 벧후 3,4 중 '그냥 있다' 하신 말씀을 통해 반복되고 변화 없는 일상 가운데 잊을 수 있는 재림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2020 년은 그러기에는 너무 다이내믹했던 일상이었지만, 어쨌든 늘 우리의 삶 가운데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날 예배 후에는 김소영 집사님께서 새벽 예배 참석한 분들에게 떡국을 대접해 주셨다. 목사님 내외와 박수영 권사님과 함께 서로 멀찍이 떨어져 맛있게 먹었다.

회사의 일과는 주로 연말 재고 조사와 관련된 일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인 31 일에는 하루 종일 재고 조사를 생각하고 진행하는 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중에 한국에 귀국하여 퇴사하는 이춘배 부장의 인수인계 작업과 인사 및 급여 관련 일을 처리했다. 카드와 선물도 주고 갔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사업의 성공에 필수적인데 UW MBA 유학 왔다가 미국에 정착하기를 결심하고 직장을 찾는 중 연결되어 영주권 취득까지 순조로운 과정으로 팀에 합류한 것이 회사에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한국에서의 생활을 위해 귀국하지만 다시 미국으로 오게 될 때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한다.

수요일의 저녁은 잠 17:1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본문으로 박은일 목사님께서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설교를 하셨다. 31 일 저녁에는 밤 11:30 시작하는 송구영신 예배의 기도 순서 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예배에 참석했다. 조금 의외인 고전 7:29-37 본문으로 목사님께서 설교하셨는데, 내용은 종말론적 관점에서 우리의 남은 시간에 삶의 우선순위를 세울 때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과 베푸며 사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한 해를 보내며 언뜻 새해를 생각할 때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간 적이 있다. 그간 살아오면서는 아직도 젊었을 때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고 인생을 헤쳐나가는 것으로 새해를 맞은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에는 남은 시간을 생각하는 것을 보면 나도 늙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순간이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이런 설교를 해주시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목사님께서 나보다는 연장자이시지만 함께 50 대와 60 대를 지나는 동년배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그러한 관점이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끝에서 보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떠한 결과를 얻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을 그려보고 그에 맞추어 계획과 실행을 하는 것은 그 일을 합목적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생도 사실은 그런 방식이 유효하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재림으로 인한 종말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는 종말론적 신앙을 살아야 하기에 이 세상에서의 삶을 지혜롭게 살 수 있다. 그것이 목사님께서 설교 말미에 '하나님께 드려지는 시간으로 살자'라고 말씀하신 취지에도 맞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잠시 여가 시간에는 방송사의 연말 드라마 시상식을 조금씩 보았다. 기도 준비로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지만 배우들에게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올해에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았고 그때 그때 나름의 평점을 남겼지만, 위키백과를 통해서 2020 년 드라마 목록을 보노라니 지금도 기억에 남고 다시 보고 싶은 평점 5 점 짜리 드라마가 꽤 많이 있다. 우선 작년에 시작했기에 목록에 들지는 않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손예진과 현빈의 찰떡궁합 연기로 명불허전 드라마였고, 그에 못지않게 '스토브리그' 역시 남궁민과 박은빈 두 배우의 호연으로 좋은 소재의 드라마였다. 올해 초 2-3 월에는 '이태원 클라쓰'가 있었구나. OST 몇 곡을 구입해서 소장할 정도로 노래들도 좋았고, 박서준 배우의 역량이 돋보였던 드라마다. 김다미라는 여배우를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3 월 중순부터는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가 일 주에 한 번씩 방영되며 5 월까지 주말을 즐겁게 해 주었다. 워낙 화제작이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고, 역시 전미도라는 뮤지컬 배우를 모두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같은 기간에 방영한 '그 남자의 기억법' 드라마 역시 나에게는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동욱 배우는 영화 '신과 함께'에서 보았을 때는 다소 들뜬 연기에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차분히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로서 손색이 없었다. 문가영 배우는 처음 보는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자기 색이 뚜렷한 연기로 인상적이었다. 연말에 아직도 방영 중인 '여신 강림'에서 그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원톱 여주로서 역할을 너무 잘하고 있다. 3 월 말에 시작해서 9 월까지 방영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오랜만에 주말에 50 회 장편 드라마로 애청한 드라마였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구성과 각 연기자들의 좋은 연기로 감동과 재미를 준 수작이었다.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과 작가가 줄줄이 상을 탄 것으로 증명되듯 오랜만에 KBS 주말 드라마의 명성을 되찾게 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2 분기의 드라마로는 '쌍갑포차'를 들겠다. 황정음 배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인정. 그 외에 화제작이었던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기대보다 못했고, '편의점 샛별이'는 나쁘지 않았다. 2 분기 끝자락에 시작하여 3 분기로 이어진 '싸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는 서예지라는 여배우를 알게 해 준 것 외에는 다소 실망이다. 8-9 월에 방영된 '악의 꽃'은 내 개인적으로는 올해 드라마 가운데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기 배우와 문채원 배우 모두 그리 좋아하는 배우들이 아니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까, 어쨌든 그리 화제를 모은 작품은 아닌데 나에게는 최고의 드라마였다. 비슷한 시기의 '비밀의 숲 2'에 대한 실망에 대비된다. 마지막 4 분기에도 좋아하는 드라마가 몰려 있다. '도도솔솔라라솔'은 처음의 호감이 후반으로 가며 긴장감이 떨어져 아쉬웠지만 같은 기간 방영된 '구미호뎐'은 수작이다. 특히 조보아 여배우를 새삼 다시 보게 한 드라마였다. 한국 전래 이야기를 잘 버무려서 매회 즐겁게 시청한 작품이다. 오 그리고 '스타트업.'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김선호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되었다. 배수지 배우 역시 그다지 좋아하는 여배우는 아니었는데 다시 보게 해 주었고, 남주혁은 '치즈 인 더 트랩'이나 '역도 요정 김복주' 같은 데서 보던 것과는 급이 다른 남자 배우가 된 것 같다. 하긴 작년 드라마로 뒤늦게 본 '눈이 부시게'에서도 좋았구나. 강한나 배우도 나쁘지 않았는데 상대적으로 역할이 애매한 악역이어서 어쩔 수 없었겠다. 지금도 방영 중인 '경이로운 소문'과 '여신 강림' 역시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나 기대하며 시청하고 있다. 최고의 작품 하나를 꼽기는 힘들 것 같다. 나 스스로 평점을 준다면 5 점 만점에 5 점을 줄만한 드라마로는 '스토브리그' '이태원 클라쓰' '한 번 다녀왔습니다' '악의 꽃' '스타트업'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많으니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 인기가 없을 수 없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unprecedented 시기를 지냈다. 2021 년은 상태가 호전되고 나 자신도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아듀 2020.